테니스 역사에는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위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선수는 시대를 정의했고, 어떤 선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했으며, 또 어떤 선수는 단순히 압도적인 기록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레전드 테니스 선수’를 단지 우승 횟수로만 평가하지 않고, 시대별, 스타일별, 기록별로 분석하며 각각의 가치와 차별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저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단순 비교를 넘어서, 테니스의 깊이와 다양성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별 레전드 – 세대의 흐름을 이끈 챔피언들
테니스는 시대마다 다른 스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1970~80년대에는 비외른 보리, 존 매켄로, 지미 코너스와 같은 스타들이 격렬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테니스를 대중적인 스포츠로 끌어올렸습니다. 보리는 침착함의 대명사로 ‘아이스맨’이라 불리며,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동시에 제패하며 클레이와 잔디 양쪽에서 전설이 되었습니다. 반면 매켄로는 감정적인 성격과 예술적인 발리로 '코트 위의 반항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1990년대는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의 시대였습니다. 샘프라스는 서브 앤 발리의 교과서이자 잔디코트의 지배자로 윔블던 7회 우승을 포함해 총 14개의 그랜드슬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애거시는 다양한 표면에서 고루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 패션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성과도 연결되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는 'BIG 3'의 시대입니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는 각각 기술의 미학, 투혼의 아이콘, 완성형 챔피언으로 불리며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아름다운 삼국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은 테니스의 기술, 체력, 멘탈, 인성과 스포츠 외 활동까지 모든 영역에서 ‘레전드’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스타일별 레전드 –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오른 기술
위대한 선수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장을 지배했습니다. 이 스타일은 단지 기술적인 차이를 넘어서, 선수의 철학과 경기 운영 방식을 반영합니다.
로저 페더러는 대표적인 올코트 플레이어로, 부드러운 포핸드, 한 손 백핸드, 정교한 서브 등 전반적인 기술 균형이 뛰어났습니다. 그의 경기는 ‘예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우아하며, 경기 중 흐름을 읽는 능력 또한 탁월했습니다. 그는 잔디코트에서 특히 강했고, 윔블던 8회 우승이 이를 증명합니다.
라파엘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며, 포핸드 탑스핀과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 빠른 선수입니다. 그의 경기 스타일은 ‘인내와 투지’를 기반으로 하며, 프랑스오픈 14회 우승이라는 압도적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나달은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전형적인 수비형 전술의 완성형입니다.
노박 조코비치는 현대 테니스의 ‘기술적 총합체’입니다. 그의 양손 백핸드는 현재까지도 최고로 평가받으며, 리턴 능력과 체력, 밸런스 있는 경기 운영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상대에게 모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조코비치는 어떤 코트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철벽 같은 존재입니다.
피트 샘프라스는 전통적인 서브 앤 발리 스타일로, 빠른 코트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강력한 플랫 서브와 정교한 발리 기술은 특히 잔디코트에서 무적이었고, 윔블던에서의 우승은 그의 진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기록별 레전드 – 숫자가 증명한 절대자의 위용
기록은 종종 논란을 종식시킵니다. 그랜드슬램 타이틀 수는 선수 평가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며, 랭킹 유지 기간, 대회 승률, 대회별 우승 횟수 등도 선수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지표로 작용합니다.
노박 조코비치는 2024년 기준, 남자 단식 역사상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24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ATP 세계 랭킹 1위를 가장 오랜 기간 유지(총 400주 이상)하며 ‘가장 꾸준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지녔습니다. 조코비치는 ATP 마스터스 1000 전 대회를 석권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라파엘 나달은 프랑스오픈 14회 우승이라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단일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그가 클레이코트를 어떻게 지배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통산 22개의 그랜드슬램 우승은 그를 역사상 가장 꾸준한 전사 중 하나로 만듭니다.
로저 페더러는 한때 최다 그랜드슬램 기록 보유자였으며, 윔블던 8회 우승이라는 압도적 기록을 자랑합니다. 특히 2004~2007년 사이, 그는 11개 그랜드슬램 중 8개를 우승하며 ‘절대자의 시대’를 연 인물입니다. 통산 103개의 ATP 단식 타이틀은 역대 2위에 해당하며, 이는 그의 오랜 기간 정상급 선수로 활동했음을 입증합니다.
여자 선수로는 마르가렛 코트(24회), 세레나 윌리엄스(23회), 슈테피 그라프(22회)가 대표적이며, 그라프는 유일하게 ‘골든 슬램’(4대 메이저 +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선수로 남아 있습니다.
레전드 테니스 선수들을 비교하는 것은 단순한 ‘우열 가리기’가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달랐고, 경기 스타일도 변화했으며, 팬들이 원하는 ‘스타성’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페더러의 우아함, 나달의 강인함, 조코비치의 완성도, 샘프라스의 클래식, 애거시의 대중성—all 서로 다르지만 모두 위대했습니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플레이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진정한 레전드는 숫자와 예술, 노력과 서사를 모두 갖춘 인물들입니다. 그들이 만든 테니스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